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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남자의 사랑 편지

지리산 독사 2013. 7. 6. 23:23

 

어느 남자의 사랑 편지

 

너 나 좋아해라, 그래서 크면 결혼하자

니가 날 안 좋아해도 된다.

누굴 좋아하던 상관없다. 그냥 내 옆에 꼭 붙어있기만 해라

아무 생각없이 그냥 붙어있어라, 내 머리카락처럼 붙어 있어라

머리카락이 내가 좋아서 꼭 붙어 있겠니!

머리카락이라 이름 붙여져서 있는거지

나 그렇게 모자란 놈 아니다. 얼굴이 미안하게 생기긴 했지만

학교 다닐 때 공부도 쫌 했고, 운동도 나름대로 쫌 했고, 노래도 쫌 부르고, 나름대로 유머도 있다

키는 좀 작지만 살아가는데 불편한건 아니다

팔, 다리, 눈, 코, 입 다 있는 정상인이다

니가 누굴 좋아하던 날 좋아하게 만들면 되지

일단 내 옆에 붙어 있어라

그래서 결혼하게 되면

매일 아침에 니가 해주는 밥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 일지라도

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먹어주마

결혼하면 같이 사는 거니깐

밤에 잘 때 이갈거나 코 골아도, 베게로 틀어막고 그러지 않으마, 약속한다

그 소리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잠들도록 하마

손에 물 안 묻히게 한다고는 못하겠다

니가 인간이라면 손으로 씻어야 할 거 아니겠어?

다만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사는 집에서 공주해라

공주가 싫다면 대통령을 하던지 뭘 하든 말만하면 다 시켜주마

내가 축구보는데 니가 드라마 본다고 텔레비젼 체널 돌려도 잔말 않고

드라마 같이 맞장구 쳐 가면서 봐주마

하늘에 별 따달라면 우주항공기술이라도 배워오마

내가 쉬는 날 누워서 낮잠 잘 때 혹시나 깨워서 심부름시키면 15분만 더 자고 나 다녀오마

나중에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겨서 오밤중에 날 닮은 아이가 울어된다면

말없이 아기 업고 나가서 재워서 들어오마

마지막으로 날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게 평생 너 하나만 바라보마

세월이 흘러 니 모습이 변해도 그 변하는 모습까지 사랑하도록 하마

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것 같으면 차라리 장님이 되어 버릴란다

그러니깐 이런 나한테 와라

남들보다 행복하게는 못해줘도 후회하지 않게 해주마